← 목록으로 돌아가기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공간 선택의 중요성

비즈니스 미팅을 잡을 때 요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힙하다는 카페나 오픈형 다이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철없는 소리다. 접대는 분위기를 파는 게 아니라 신뢰를 파는 과정이다. 내 귀에 상대방의 숨소리와 옆 테이블의 소음이 섞여 들어가는 곳에서 무슨 진중한 합의가 이루어지겠나. 소음 차단이 안 되는 공간은 그 자체로 예의가 아니다. 물리적인 방음 설비가 갖춰진 공간, 즉 밀폐된 룸을 선호하는 것이 과거의 유물이니 뭐니 해도 결국 비즈니스의 끝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사람들의 아늑함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서울 시내에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 접대를 하려면 우선 주차 시스템부터 확인해야 한다. 건물 외부에 발렛 부스만 덩그러니 있거나, 아예 주차장이 없어 근처 공영 주차장을 헤매게 만드는 곳은 애초에 접대용으로 낙제점이다. 차를 내리고 차를 찾기까지 동선이 꼬이면 대화의 몰입도는 십중팔구 깨지기 마련이다. 기계식 주차장인지, 아니면 발렛 기사가 숙련되어 빠르게 차를 빼줄 수 있는 구조인지 따지는 건 구두쇠 기질이 아니라 생존 기술이다. 강남이나 광화문 인근의 이름난 장소들이 정작 이런 기본을 놓치고 화려한 조명과 인테리어에만 치중하는 꼴을 보면 혀를 찰 수밖에 없다.

룸의 온도와 습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항목이다. 너무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나 쾌쾌한 환기 시스템은 상대방의 신경을 갉아먹는다. 특히 서울의 빌딩들은 중앙 집중식 냉난방이 많아 저녁 시간이 되면 공기가 탁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공기청정기가 구석에 놓여 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환기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천장형 에어컨이 내 머리 바로 위에서 직사로 바람을 쏘지는 않는지 확인해본 적이 있는가. 이런 디테일 하나가 대화의 질을 바꾼다. 서빙하는 직원이 문을 닫고 나갈 때 소리가 나지 않는지, 벨을 눌렀을 때 응답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체크하는 게 베테랑의 습관이다.

마지막으로 메뉴판 구성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선택지가 너무 많은 곳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코스 요리가 비싸고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젊은 친구들이 있는데, 이는 메뉴 고민하느라 대화의 흐름이 끊기는 상황을 겪어보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코스는 정해진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요리가 들어오며 대화의 리듬을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요리가 나올 때마다 접시가 바뀌고 상이 정리되는 과정 자체가 상대방에게 대접받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서울 어디를 가든 흔해 빠진 메뉴를 시켜 놓고 눈치싸움 하지 말고, 식사 자체가 하나의 정해진 프로세스가 되는 곳을 고르는 것이 백전백승의 핵심이다. 기억해라, 접대는 당신의 취향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상대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설계의 장이다.

등촌 비즈니스클럽